달은 생각보다 빨리 달린다

분류없음 2002/11/17 13:35



밤 공기가 차다. 비디오를 돌려다 주고 오는 길에 건물들 사이에서 빛나는 달을 봤다. 콧날이 찡하게 차가운 달이다.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나오니, 구름이 좀처럼 기횔 주지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가 간신히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달을 찍었다.

 












달 (Nikon 995)


일곱살 소년 하나가 대문을 나서며 생각한다.
'오늘도 녀석이 쫓아오겠지?'
찬 밤공기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골목을 내달리다가,
이내 턱까지 찬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달은 소년을 쫓고 있었다.

어려서 우리가족이 살던 곳은 달이 잘 보였다.
늦은 밤 심부름을 나설 땐, 달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달리면 달도 달리고, 내가 서면 달도 섰다.
오늘밤 달도 그때의 나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2002/11/17 13:35 2002/11/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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