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over hundreds second of life

분류없음 2005/05/27 21:29
























untitled (photographed by jungsoo)


어느 날 내게도 아이가 생기면,
볕이 잘 드는 어는 휴일 오후,
거실에 함께 누워,
점, 선, 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아가야. 이런 거야.
이게 바로 점이야. 작지?
하지만 아무리 작아도 이건 존재하는 거야.
아무것도 없는 거와는 다른 거야.
그리고 이들이 나란히 모여 이렇게 선이 돼.
선엔 길이가 있어. 처음으로 뭔가 잴 수 있는 게 생긴 거지.
이런 선들이 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으면 면이 돼.
면은 얼마나 넓은가를 잴 수 있어.
그런 면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바로 우리가 숨쉬는 공간이 돼.
그건 부피란 걸 잴 수 있지.”

“처음의 시작은 다 이런 거야.
아주 사소하고 작고 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작해.
우리의 소중한 삶도 수 많은 잴 수 없는 순간들의 합이지.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 즐거운 순간과 슬픈 순간…
그래서 순간이 항상 중요한 거지.”

하지만 이쯤 되면 아이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곤히 잠들어 있을 듯.

아이가 좀 더 크면 사진을 찍는 걸 가르치고 싶다.
삶의 수 백분의 1초를
영원으로 저장하는 마법을.

2005/05/27 21:29 2005/05/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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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2/20 15:40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slog 2008/02/24 23:5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이 글은 저도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것 중 하나랍니다. :-)

  3. 지나가는 이 2008/03/11 13:4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아주 오래전 나른한 오후 마루에 누워 아빠의 팔을 베고 기하학적인 천정의 벽지를 쳐다보면서 누가 먼저 벽지에 새겨진 선을 따라 빨리 빠져나오는지 시합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늘 게임의 끝을 보지 못하고 어느새 따스한 햇살에 밀려오는 자연스런 졸음에 한낮의 낮잠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아빠의 오래된 롤라이 수동카메라도요...추억이라는건 그래서 좋은가 봅니다. 이 글을 읽고 오래된 기억들을 떠올리며 커피한잔 합니다. 아빠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떠올리면서요...어떤 분이신지 참 괜찮은 아빠가 되실거 같네요. 우연히 들러 실례했습니다. 글이 너무 예뻐서요...

  4. slog 2013/10/09 23:0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MJ가 태어나고 이젠 제법 많은 말의 뜻을 이해한다.
    점, 선, 면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은 어려운듯.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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