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부르는 노래

분류없음 2002/08/21 11:47

94년 김광석 콘서트 이후 8년만에 세실극장에 갔다. 다른 세션 없이 안치환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었다.












안치환, '혼자 부르는 노래' (Nikon 995)
   



사실 내 오랜 기억 속에서
노래를 한다는 건 이런 거였다.
초라하지만 진솔한 소리를 내는 기타 하나,
가슴에 전해지는 그 울림에 맞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거 말이다.
시간이 멈춘듯한 그 어둠 속에서
한줄기 조명을 받으며 그는 그렇게 노래했다.
그리고 그 암흑의 빈 공간들 속으로
나의 오랜 기억들이 스친다.
10년 전 가을대동제 노천강당,
그의 노래에 취해 바라보던 별 하늘.
서클룸 창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한수형.
지리산 피아골 깊은 산골 민박집 툇마루에 앉아
함께 노래하던 동기들.




2002/08/21 11:47 2002/08/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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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기

분류없음 2002/08/20 11:49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엄청난 인파 속으로 빨려든다.
온통 한데 엉킨 인파들은 개찰구를 지나면서
일렬로 걸러진 부품이 돼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다.
각자에게 주어진 공정에 따라
서울의 지하 속에 비밀리에 건설된
엄청나게 큰 공장의 이곳저곳 돌며 조립된 부품들은
다시 개찰구를 지나면서 마지막 점검을 받는다.
파란불이 켜져 검사를 통과한 상품들은 지상으로 출하되지만,
빨간불이 켜진 불량품들은 역무원들에 의해 재검사를 받는다.
서울의 지하철에서 나는 매일 하루 두 번 새로 조립된다.
     

      
       
 










지하철에서 읽을 게 없는 건 큰 곤욕이다.
사람들이 붐비면 마땅히 눈 둘 곳도 없고.
그래서 발견한 친구다.
위치는 바로 문 위.
문 위의 설치된 판을 고정하는 볼트다.
노선 별로 지하철 객차 모델이 다르지만,
이 녀석은 언제나 똑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참 반갑다.


2002/08/20 11:49 2002/08/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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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ream' version of the other's 'reality'

분류없음 2002/08/18 11:51


데이빗 린치는 영화 속에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넘나들며 아주 교묘히 우리 속에 감춰진 혼돈, 불안 등의 편하지 않은 감정들을 끌어낸다.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조차 형언하거나 정의하지 못한 그 무의식 속의 복잡한 감정들을 마치 어린 아이 퍼즐 풀듯 아주 태연하게 영상화한다는 점이다.


       









Mulholland Dr. (David Lynch, 2001)      
       
정말 오랫동안 벼르다 봤다.
할리우드란 기계장치 속에서 세월과 명성을 등에 업고
아직도 이렇게 자기 색 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장이 건재함은 영화에 내린 축복이다.
억지로 이야기를 짜맞추거나 이해하려들 필요없다.
캐릭터와 스토리는 우리의 의식세계를 넘어
무의식의 세계로 조금씩 스며든다.
그 곳에서 그는 나고 나는 그이다.
     
     
       
       










닭가슴살 올리브 구이와 카르보네 파스타.
포도주와 이탈리안 시즌닝에 간을 했는데,
생각보다 싱겁게 요리가 됐다.
브로클리와 컬리플라워, 홍당무가 들어갔으면
더 맛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모기향 (Nikon 995)

내가 지어준 그의 별명이다.
모기를 잡는 방법은 두 가지,
에프킬러와 모기향이다.
에프킬러는 도망가는 모기를 쫓지만,
모기향은 모기가 날라와 떨어진다.
모기향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2002/08/18 11:51 2002/08/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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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일기장에서 찾은 보물들

분류없음 2002/08/13 11:56

















수지 본가에 들렸다가,
책상 서랍 속 오랜 일기장을 발견했다.
10여년전, 대학 1학년 여름에 독일을 여행하다 구입해
다음해 겨울까지 약 1년 이상을 함께 한 일기장이다.
몇 해 전 읽을 때만해도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닿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때의 유치함이 싫지는 않다.
그 유치함은 이미 소중한 보물이 됐다.

 
     

       
       
 















일기장 사이에서 그림엽서 하나가 나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던 즈음 젊은 괴테 그림이다.
반만 열린 창에 기대 밖을 내다보는 괴테의 뒷모습에
대학시설 향수가 투영된다.
일기장 속에서 또 하나의 보물을 발견했다.


2002/08/13 11:56 2002/08/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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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기

분류없음 2002/08/10 12:12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 국민학교 시절 어머니가 학교에 우산을 갖고 오신 적이 없었다. 엄마들이 가져온 우산을 들고 노란우비와 노란장화까지 챙겨 입은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난 미운오리마냥 도로에 고인 물을 첨벙이며 집에 가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비 맞는 걸 정말 싫어한다.

   
  
















창밖 (2002/8/10 오전8:25, Nikon 995)

벌써 이번 주에만 두번째다.
장대비가 내리지 않는 한
내방 창을 통해 비 오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창문도 조금만 열리는 터라
밖에 손을 내밀어 확인하기도 힘들고.
아침 8시25분.
창 밖을 내다봤다.
괜찮아 보인다.
3분 후 로비 정문 앞.
부슬비가 내린다.
또 비를 맞으며 출근했다.


2002/08/10 12:12 2002/08/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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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분류없음 2002/08/08 23:50



간만에 Pasta를 만들다. 집 앞 슈퍼에서 모시조개, 으깬 마늘, 청양고추, 버터, 토마토, 군소금, 후추 등을 사와 올리브 베이스 조개 파스타를 요리했다. 같이 먹던 동생 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존경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화양연화 (왕가위, 2000)

가로등이 켜진 골목의 좁은 계단 입구,
양조위 옆으로
붉은색 중국 원피스 위로 서럽게 목이 가는
장만옥이 스칠 듯 지나친다.
늘어진 듯한 첼로의 선율.
순간 삶이 느려진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중 '동사서독'을
가장 수작으로 뽑지만,
화양연화는 여전히 구슬프게 매혹적이다.

눅눅한 여름밤, 내 손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습한 바람.
순간 내 삶이 흘러가는 걸 느낀다.
아주 느리지만 아주 명확히...



2002/08/08 23:50 2002/08/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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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die

분류없음 2002/08/07 23:47



대학 동기들과 술 마시는게 두렵다. 이제는 철이 좀 들어, 술을 마셔도 기술 것 마신다. 마신 술을 컵에 다시 뱉기부터 시작해 각종 회피 기동이 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대학때 같이 술 마시며 수없이 망가졌던 이녀석들을 만나면 한 두잔에 옛 추억이 발동해 그냥 또 망가진다.

부산에서 회사를 다니는 동주가 휴가차 서울에 왔다. 간만에 연락이 된 남태, 양예, 재진, 수일이 모여 어제 2시가 넘도록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우리가 10년 이상된 친구라는 걸 알았다. 징그러운 놈들.


 
















프레드 커플스.

한때 가장 멋진 스윙의 대명사였다.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키, 거기서 나오는 부드럽게 흐르는 스윙은 예술에 가까웠다. 요즘 잘 나가는 타이거 우즈는 그의 스윙에 비교하면 너무나 기계적이다. 나도 프레디의 스윙에 반해 골프를 첨 시작했다.

8~90년대엔 꽤 잘나갔는데, 요즘은 살도 찌고 성적도 신통치 않다. 오늘 현재 PGA Tour 상금 순위가 무려 119위고, 올 해 4번이나 컷오프 탈락을 했다.

힘내라 프레디~



2002/08/07 23:47 2002/08/0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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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분류없음 2002/08/05 23:44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지만 언제나 이 그림을 보면 가슴속에 뭔가 끓어오름과 숙연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 그림을 보기위해 찾아갔던 뉴욕현대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처음 이 그림 보고 숨이 턱 막혔다. 무슨 감동이라기 보다 예상보다 그림이 무지 컸기 때문이었다 (73.7 x 92.1 cm). 그리고 그 앞에 한참을 앉아 그의 붓텃치를 바라봤다. 한 스트록 한 스트록, 중간색이 배어나오는 두껍게 발라진 유화물감을 보며 고호가 바라봤을 그 밤하늘과 그의 고통을 생각했다. 너무나 유명한 그림이다. 보통 남들이 좋아하는 건 잘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 그림만은 정말 좋다.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호, 1889)

반 고호가 프랑스 남부 생 레미의 요양소에 머물렀을 때이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오늘 내방 창문을 통해 새벽별 하나가 휘황 차게 반짝이는 마을을 바라봤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다. 고호가 본 그 새벽별은 바로 금성으로 이 그림의 왼쪽 중간에서 밝은 흰색으로 요동치고 있는 별이다. 3일내내 새벽마다 일어나 창가에 기대 고호는 이 그림을 그렸다. 그에겐 밤이야말로 낮보다 더 많은 생명력과 색상이 넘쳐났다.
사실 고호가 그린 것은 그가 창문 넘어 바라본 것들만은 아니다. 이 그림의 중앙에 나오는 교회의 종탑은 그의 고향 네덜란드의 풍경에 가깝다. 즉 이 그림 속에는 환상적이고 묵시록적인 그의 추억과 상상이 녹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평화롭게 바라봤을 새벽 하늘이지만, 그의 그림 속엔 역동적이고 휘몰아치는 파동이 넘쳐난다. 그의 붓터치 하나하나는 단순한 색 칠하기 이상인 에너지의 흐름이다.
밤하늘의 혼돈과 마을의 적막함은 멋진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그림 앞엔 전통적으로 서양에서 무덤 혹은 장례와 연관 지어지는 죽음의 나무 사이프러스가 큰 불길처럼 솟아 올라 이들 지상과 하늘을 이어준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었던 고호에게 죽음은 불긴한 것이기보단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별들을 바라보면 언제나 나는 상상에 잠긴다…. 프랑스 지도를 펼치면 나오는 검은 점의 도시들처럼 저 별들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우리가 기차를 타고 탈레스코나 르옹에 가듯이, 죽음이라는 열차를 타고 저 별에 갈 수 있다면…" <뉴욕현대미술관>


2002/08/05 23:44 2002/08/0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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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분류없음 2002/08/04 23:39

















LA에서 살던 집의 부엌이다. 커튼과 조명등을 내가 직접 사다 달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겨울 전기 스토브를 켜놓고 이 식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방에 책상이 있었지만, 여기에 앉아 창밖 비바람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때론 이 부엌에서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놓고 친구들을 불러 조명을 낮추고 멋진 저녁식사와 함께 즐겁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오늘 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던 이 공간이 그립다.

 

2002/08/04 23:39 2002/08/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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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ice beach, ca

분류없음 2002/08/02 23:41













사무실 책상 위에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사진이다. 언젠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 중간쯤에서 낙조를 찍은 사진인데, 오랜동안 현상를 하지않아 색이 변질 된 채 인화가 되었다. 이것 저것 일이 잘 안되면 찾던 바다였다. 요즘 같아선 정말 생각이 많이 난다.
 


2002/08/02 23:41 2002/08/0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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